주방 플라스틱을 정리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욕실로 옮겨갑니다. 샴푸통, 칫솔, 면도기, 샤워볼. 매일 아침저녁으로 반복되는 루틴인데,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몸에 직접 닿는지는 생각보다 잘 모릅니다.

주방 도구가 문제였던 이유가 ‘음식과 직접 접촉’이었다면, 욕실 플라스틱이 불편한 이유는 조금 결이 달라요. 칫솔처럼 입 안에서 마모되는 것도 있고, 샴푸처럼 피부와 모발에 직접 닿는 성분을 담는 용기 문제도 있고, 씻어내는 행위 자체가 플라스틱을 환경으로 내보내는 경로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세면, 샤워, 목욕에 쓰이는 욕실용품을 흐름대로 살펴봤어요.


칫솔 – 입 안에서 직접 마모되는 플라스틱

칫솔은 욕실 플라스틱 중 가장 건강 문제에 가까운 물건입니다. 단순히 플라스틱 소재라서가 아니라, 사용할 때마다 마모되면서 그 입자가 직접 구강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2025년 부산대 치의학대학원 연구팀이 국내 유통 칫솔 12종을 광학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칫솔에서도 칫솔모 최대 86%의 표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관찰됐습니다. 12종 중 미세플라스틱 발견 비율이 10% 미만인 칫솔은 단 3종뿐이었어요. 아직 꺼내지도 않은 새 칫솔에서부터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관찰된다는 건데, 실제로 매일 2~3분씩 입 안에서 문지르면 그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한 압력으로 양치할 때 칫솔모가 부러지거나 분리된 미세 입자가 구강으로 들어갈 수 있고, 침을 통해 삼켜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사람 한 명이 한 달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칫솔 1개 무게(21g)에 이른다고 발표했는데, 칫솔 자체가 그 노출 경로 중 하나라는 점은 개인적으로 불편하게 남습니다.

환경 문제도 별도입니다. 칫솔은 손잡이와 칫솔모가 서로 다른 소재로 되어 있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해요. 전 세계에서 매년 약 230억 개의 칫솔이 버려지는데, 최초로 생산된 플라스틱 칫솔은 아직도 분해되지 않은 채 어딘가에 남아 있습니다.


치약 & 세안 – 매일 얼굴에 닿고 입에 들어가는 것들

치약 튜브도 자주 지나치는 플라스틱입니다. 일반적인 치약 튜브는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이 혼합된 복합 소재라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매번 짜서 쓰고, 다 쓰면 그냥 버려지는 구조예요.

세안 용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폼 클렌저, 클렌징 오일, 스크럽 제품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고, 일부 각질 제거 제품에는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라는 아주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가 성분으로 직접 들어가 있어요. 현재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규제하거나 금지했지만,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는 구형 제품이나 일부 수입품에서는 발견됩니다. 성분표에서 ‘polyethylene’, ‘polypropylene’, ‘nylon-12’ 같은 표기가 보이면 마이크로비즈가 들어간 제품일 가능성이 높아요. 세안할 때마다 이게 배수구로 흘러가면 하수 처리 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수계로 유입됩니다.


샴푸 & 린스 용기 – 재활용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용 후 깨끗이 씻어서 분리배출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면 조금 허탈할 수 있어요.

문제는 색소입니다. 샴푸나 린스 용기처럼 색깔이 들어간 플라스틱은 재활용 원료로 가공했을 때 품질이 떨어져 재활용 공정에서 외면받습니다. 아무리 분리배출을 잘 해도, 색 있는 용기 상당수는 결국 소각이나 매립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미국에서만 연간 약 5억 5천만 개의 샴푸 용기가 매립지로 가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국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2019년 기준 국내 샴푸·린스 시장 규모는 생산 실적 기준 약 1조 3천억 원 수준인데, 용기 무게를 100g으로 잡아도 총 1만 3천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매년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매립된 용기는 땅속에서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분해되면서 미세플라스틱과 메탄, 에틸렌 같은 온실가스를 방출합니다. 분리배출을 잘 한다고 해서 끝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샤워타월 – 매번 몸에 닿는 섬유 조각

샤워볼이나 나일론 소재 이태리타월을 물에 적시고 문지를 때, 마찰로 떨어져 나온 미세섬유도 배수구로 빠져나갑니다. 미세섬유는 미세플라스틱의 한 종류예요. 합성섬유로 만든 샤워용품이라면 씻을 때마다 이 과정이 반복됩니다.

수명도 짧습니다. 욕실 환경에서 쉽게 오염되고 잘 마르지 않아 3~6개월이면 교체 시기가 옵니다. 교체할 때마다 재활용 불가한 폐기물이 하나씩 더해지는 구조예요. 부피는 작아 보여도, 반복된 교체가 쌓이면 무시하기 어려운 양이 됩니다.


목욕 용품 – 조용히 쌓이는 포장 쓰레기

바디워시, 바디스크럽, 입욕제. 목욕 루틴에 포함된 제품들은 대부분 1회용 또는 단기 사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습니다. 입욕제 패키지는 특히 과포장이 많아, 제품 자체보다 포장재 폐기물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면도 관련 용품도 빠집니다. 일회용 면도기는 플라스틱 손잡이와 금속 날이 결합되어 있어 분리가 어렵고, 재활용 불가 폐기물이 됩니다. 면도 폼이나 젤 캔은 내압 용기라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데, 이 역시 대부분 매립이나 소각으로 처리됩니다.


욕실 하수구 – 모든 플라스틱의 출발점

욕실 플라스틱이 주방 플라스틱보다 한 가지 더 까다로운 이유는, 씻어내는 행위 자체가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샴푸를 헹구고, 몸을 씻고, 면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작은 플라스틱 입자들은 전부 물을 타고 배수구로 빠져나가요.

하수 처리장에서 대부분의 큰 입자는 걸러지지만, 미세플라스틱과 미세섬유는 그냥 통과합니다. 결국 하천과 바다로 이어지는 경로인데, 조리도구 편에서 이야기한 주방 하수구와 같은 흐름이에요. 욕실은 그 파이프의 또 다른 입구인 셈입니다. 우리가 하루에 두 번 이상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흘려보내는 양도 그만큼 꾸준히 쌓입니다.


그럼 무엇으로 바꿀까요?

칫솔부터 샴푸통까지 바꿀 수 있는 대안은 생각보다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한꺼번에 바꾸는 것보다, 기존 제품 수명이 다했을 때 하나씩 교체하는 방식이 현실적이에요.

각 용품별로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 있고, 어떤 기준으로 고르면 좋은지는 다음 포스트에서 따로 정리합니다.

그다음 편에서는 욕실 청소용품과 위생용품으로 이어집니다. 면 패드, 대나무 면봉, 플라스틱 프리 포장 휴지처럼 익숙하지만 플라스틱이 숨어 있는 것들 이야기예요.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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